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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소식 & 뉴스

카보베르데, 인구 52만의 작은 섬나라가 쓴 대서양의 기적 —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이야기

by 큐로 크포츠라이트 2025.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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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사에 또 하나의 기적이 쓰였다.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 아프리카 서쪽 끝 대서양에 위치한 카보베르데(Cabo Verde) 가 마침내 꿈의 무대인 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단 한 번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던 나라가 수많은 강호들을 제치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국 BBC는 “카보베르데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며 “이들의 성취는 아프리카 축구 역사에 남을 순간”이라고 조명했다.

 

이 놀라운 쾌거는 단순히 ‘작은 나라의 도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인프라 부족, 자금난, 이중국적 선수들의 선택 문제 등 수많은 현실적 제약을 이겨내고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예선에서 카보베르데는 카메룬, 앙골라, 리비아 등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 당당히 승리를 거두며 D조 1위를 확정지었다. 아프리카 예선의 치열함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유럽 리그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고, 지역적 특성상 원정 환경이 극도로 험난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푸른 상어(Blue Sharks)’라는 별명을 가진 카보베르데가 전승에 가까운 성적으로 본선행을 확정한 것은, 그야말로 역대급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작은 섬나라가 이뤄낸 대서양의 신화

카보베르데는 10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아프리카 대륙 서쪽 약 570km 떨어진 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 나라는 인구가 52만 명에 불과하고, 축구 인프라도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낡은 공을 차며 꿈을 키웠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유럽 하부리그로 진출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윌리 세메두(그르노블)대일론 리브라멘토(프리타운), 그리고 베테랑 수비수 스토피라다. 이들은 각자의 유럽 클럽에서 성장한 후 조국을 위해 귀국해 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했다. 특히 이번 예선 최종전에서 이 세 명의 이름이 모두 스코어보드에 올랐다. 리브라멘토의 선제골로 흐름을 잡은 카보베르데는 세메두와 스토피라의 연속골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도 프라이아의 거리에는 축포가 터지고 시민들이 밤새도록 “Viva Cabo Verde!”를 외쳤다.


24년의 기다림 끝에 피어난 결실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단순한 한 시즌의 성과가 아니다. 그들은 2002 한일 월드컵 예선부터 매 대회마다 꾸준히 도전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는 조 1위를 달성하고도 행정 실수로 실격 처리되는 뼈아픈 일도 있었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선수 발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 교포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했다. 특히 포르투갈 2부 리그, 프랑스 리그2,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등지에서 뛰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스쿼드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

그 중심에는 페드루 브리투 감독이 있다. 그는 2018년부터 카보베르데 대표팀을 맡아 전술 혁신을 이끌었다. 이전의 수비적이고 단조로운 플레이에서 벗어나, 빠른 전환과 역습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 축구를 도입했다. 이번 예선에서도 카보베르데는 평균 점유율 45%에 불과했지만, 경기당 평균 2.1골이라는 놀라운 공격 효율을 기록했다.


카메룬을 넘은 순간, 역사는 바뀌었다

예선 최대 분수령은 단연 카메룬전이었다. 아프리카 축구의 강호 카메룬은 월드컵 단골손님이자, 피지컬과 경험에서 카보베르데를 압도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홈경기에서 완벽한 전술로 상대를 봉쇄했다. 후반 63분, 세메두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그 한 경기가 바로 ‘역사적 본선행’의 서막이었다.

이 승리로 조 1위로 올라선 카보베르데는 남은 두 경기 중 단 한 번만 승리하면 되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리비아 원정에서 3-3으로 비기며 잠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추가시간 결승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판정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카보베르데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홈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꺾으며 모든 의문을 지워버렸다.

 


대통령이 함께한 감동의 순간

카보베르데의 본선행이 확정된 날, 조세 마리아 네베스 대통령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축하했다. 대통령은 “오늘은 카보베르데의 축구가 아닌, 카보베르데의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라고 선언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국가 독립 이후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 평했다.

경기 후 거리에서는 국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밤새 축제를 이어갔다. 프라이아 중심가의 카피타올 광장에는 약 2만 명이 모였고, 일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해외 교민 사회도 들썩였다. 포르투갈 리스본,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지에 거주하는 카보베르데 출신 이민자들도 거리 응원을 펼쳤다.


인구 52만,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로 작은 나라

이번 본선행은 단순히 아프리카 축구의 성취를 넘어, 세계 축구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인구 52만 명의 카보베르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인구 34만 명의 아이슬란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되었다. 이는 스포츠가 가진 가능성과 꿈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작은 나라가 세계 무대에 서기까지 필요한 것은 인구나 자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공동체 정신, 해외 동포들의 헌신,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특히 유럽 각국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귀화 결정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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